검수 완료본
진통제를 삼켰는데도 오후에 다시 관자놀이가 욱신거린다면, 약을 한 알 더 얹기 전에 원인을 먼저 나눠 봐야 합니다. 반복되는 두통은 편두통, 긴장형 두통, 경추성 두통, 약물과용 두통, 그리고 턱관절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각각 치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뒷목이 먼저 당기는지·턱을 움직일 때 아픈지·약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를 구분하는 일이 진단의 출발입니다.
특히 뒷목에서 시작해 뒤통수·눈 주변으로 번지거나 입을 벌릴 때 턱이 뻐근하다면, 머리 안쪽이 아니라 상부경추(목뼈 맨 위 두 개)와 턱관절 쪽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붙어 있어 한쪽 문제가 다른 쪽 증상을 부릅니다.
반복되는 두통, 원인이 다르면 치료도 다릅니다
두통은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진통제를 반복해도 나아지지 않는 두통은 대개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두세 가지가 얽혀 있습니다. 편두통이 바탕에 있는 사람이 목·어깨 긴장이 겹치면서 진통제 복용일이 늘고, 그 결과 약물과용 두통까지 얹히는 흐름이 흔합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두통의 "종류"가 아니라 "조합"입니다. 아픈 자리, 시작되는 시점, 하루 중 언제 심해지는지, 어떤 자세에서 유발되는지, 한 달에 진통제를 며칠 먹었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나갑니다. 이 정보 없이 약만 조정하면 잠깐 눌러도 곧 되돌아옵니다.
편두통·긴장형·경추성 두통은 이렇게 다릅니다
편두통의 특징
한쪽 관자놀이나 이마가 심장 뛰듯 쿵쿵 울리는 두통입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몸을 움직일 때 더 심해지고, 평소 아무렇지 않던 형광등·생활 소음이 유난히 거슬립니다. 속이 메스껍고 어두운 방에 눕고 싶어지곤 합니다.
지속 시간은 성인 기준으로 짧게는 4시간, 길게는 사흘까지 갑니다. 시야에 번쩍이는 지그재그 빛이 보이거나 손끝이 저리는 전조가 5~60분쯤 앞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전조 없이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편두통은 이어지며, 고령에서도 치료에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Cetta et al., 2022).
긴장형 두통의 특징
양쪽 머리를 띠로 조이는 듯한 압박감이 특징입니다. 맥박이 뛰듯 울리는 편두통과 달리 무겁고 답답한 느낌이 이어지고, 걷거나 청소를 해도 크게 심해지지 않습니다. 구토보다는 목덜미와 어깨가 굳는 감각이 두드러집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거나 스트레스가 쌓인 저녁에 잘 나타납니다. 하루 이틀 쉬면 가라앉지만, 자세 문제가 바탕에 있으면 매주 되풀이됩니다.
경추성 두통의 특징
목 자세와 움직임에 따라 심해지는 두통입니다. 두통이 오기 전에 뒷목이나 뒤통수 아래쪽이 먼저 당기고, 그 감각이 뒤통수를 지나 관자놀이나 눈 뒤로 번집니다. 고개를 오래 숙이거나 한쪽으로 돌릴 때 유발되고, 목을 좌우로 돌리는 각도가 좁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목뼈 2번과 3번 사이 관절(C2-3)에서 시작됩니다. 이 부위의 감각신경이 머리 앞쪽 감각을 맡는 삼차신경과 척수에서 만나기 때문에, 원인은 목에 있는데 아픔은 머리에서 느껴집니다. 편두통과 비교해 보면 구별이 됩니다. 편두통은 빛·소리·움직임에 예민한 반면, 경추성 두통은 목의 특정 자세·동작이 유발 요인입니다.
진통제를 자주 먹을수록 두통이 잦아지는 경우
한 달에 두통이 15일 이상 나타나면서 진통제를 정기적으로 초과 복용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약 자체가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약물과용 두통이라고 합니다.
약물과용 두통의 기준
세 가지 조건을 봅니다. 첫째, 기존에 두통 병력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한 달에 두통이 15일 이상 나타납니다. 셋째, 약을 정기적으로 초과 복용한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집니다. 초과 복용 기준은 약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단일 성분 진통제는 월 15일 이상, 복합 진통제나 트립탄·에르고타민 같은 편두통 급성기 약은 월 10일 이상이 기준입니다.
한 달에 같은 10알을 먹었더라도 하루 몰아 먹은 것과 매주 이틀씩 나눠 먹은 것은 다릅니다. 두통이 있는 날 습관적으로 반복 복용하는 패턴이 문제입니다.
원인이 되는 약을 끊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약 중단 후 두통이 개선되는 경우가 보고되었으며 (Pierce et al., 2022), 성인의 만성 편두통이 바탕에 있는 경우 예방 약물을 함께 시작해야 반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가 판단으로 갑자기 끊기보다 진료실에서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통 일기의 힘
약물과용 두통이 의심된다면 기록이 진단의 절반입니다. 달력이나 두통 앱에 다음을 남깁니다. 두통 시작·종료 시각, 아픈 자리와 강도(10점 만점), 메스꺼움·빛 민감함·목 당김 같은 동반 증상, 복용한 약 이름과 시각, 수면 시간·생리 주기·식사 간격 같은 유발 요인입니다.
기억에만 의존하면 심했던 며칠만 떠오릅니다. 4주 치 기록을 펼쳐 놓으면 약 먹은 날과 두통 온 날의 간격이 눈에 들어오고, 예방 약을 시작할지·급성기 약을 어떻게 조정할지 판단이 훨씬 정확해집니다.
경추와 턱관절, 두통의 숨은 연결고리
목과 턱은 한 덩어리로 움직입니다. 턱을 벌릴 때 아래턱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회전은, 두개골을 받치는 첫 번째 목뼈(C1, atlas)와 두 번째 목뼈(C2, axis) 근처에서 일어납니다. 이 상부경추는 머리 무게 5kg가량을 하루 종일 지탱하고, 뇌에서 내려온 신경이 처음 지나는 통로입니다.
교합이 틀어지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오래되면, 턱관절이 만드는 힘의 방향이 어긋납니다. 그 어긋남을 상부경추 근육이 붙잡느라 굳고, 뒤통수 아래 후두하근이 팽팽해지면서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좁아집니다. 여기가 좁아지면 뒤통수와 관자놀이, 눈 뒤쪽까지 통증이 뻗칠 수 있습니다 (Krymchantowski et al., 2022).
그래서 턱관절 증상만 있는 사람과 두통만 있는 사람을 따로 다루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합니다. 입을 크게 벌릴 때 딸깍 소리가 나거나, 아침에 턱이 뻐근하거나, 이를 악물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두통 진료실에서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반대로 뒷목 당김이 주 증상인 두통 환자가 알고 보면 야간 이갈이를 하고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케이스우선 치료는 근골격계 정렬을 봐야합니다. 상부경추 정렬과 턱관절 주변 근육을 함께 다룹니다. 목뼈 배열을 잡는 도수치료, 턱관절 주위 근육의 긴장을 낮추는 신경도수치료, 근막을 데워 이완시키는 고주파 치료가 조합됩니다. 만성으로 굳은 경우에는 뇌가 잘못된 자세를 "정상"으로 기억하고 있어, 신경가소성(뇌·신경계가 새로운 상태를 학습하는 성질) 원리에 따라 몸이 올바른 정렬을 다시 익히도록 반복 치료가 필요합니다.
일부 난치성 두통에서는 항염 계열 약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위장 부담·신장 부담이 있는 약이라 자가 복용은 권하지 않습니다.
이런 두통은 즉시 응급실로
대부분의 두통은 며칠 안에 원인을 찾아가지만, 몇 가지는 시간 다툼입니다. 다음 신호가 있으면 진통제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 진료를 받으십시오.
망치로 맞은 듯 갑자기 시작돼 1분 안에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벼락 두통,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신경학적 결손, 발열·목 경직·의식 저하가 함께 있는 두통, 50세 이후 처음 생긴 두통, 기침이나 힘을 줄 때 악화되는 두통, 자세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두통이 여기 해당합니다. 지주막하 출혈, 뇌수막염, 거대세포동맥염 같은 원인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두통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째 같은 편두통을 겪던 사람이 갑자기 강도가 두 배로 뛰거나, 진통제 반응이 사라지거나, 한쪽 시야가 흐려진다면 예전 진단에 매이지 말고 다시 평가받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진통제를 매일 먹은 지 두 달 됐는데, 지금 바로 끊어도 될까요?
두통 종류와 약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단일 성분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를 매일 복용해 온 경우라면 갑자기 중단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하고, 트립탄이나 복합제·마약성 진통제라면 반등 두통이 심할 수 있어 예방 약물을 함께 시작한 뒤 서서히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달치 두통 일기를 들고 진료실에서 계획을 세우시길 권합니다.
뒷목이 아프면 다 경추성 두통인가요?
아닙니다. 뒷목의 당김은 여러 원인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뒷목 증상만으로 경추성으로 단정하지 않고, 목의 특정 자세·동작으로 두통이 재현되는지, 목 회전 각도가 줄어 있는지, 상부경추 관절을 눌렀을 때 익숙한 두통이 유발되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턱에서 딸깍 소리가 나는데 두통과 관련이 있을까요?
관련 있을 수 있습니다. 턱관절 원판이 제자리에서 벗어났다 돌아올 때 소리가 나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 근육이 만성적으로 긴장하면 관자놀이·뒤통수 통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특히 아침에 턱이 뻐근하고 이를 악문 흔적이 있다면 야간 이갈이가 두통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MRI를 찍어야 하나요?
모든 두통이 MRI 대상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응급 신호(벼락 두통, 신경학적 결손, 50세 이후 새로 생긴 두통, 양상 급변)가 있을 때 촬영합니다. 반복되는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에서는 진찰과 두통 일기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통 일기는 얼마나 써야 하나요?
최소 4주, 가능하면 8주를 권합니다. 여성이라면 생리 주기 두 번을 포함하는 기간이 좋습니다. 매일 30초씩 시간·강도·복용약만 남겨도 진료실에서 원인을 좁혀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07-30
본 내용은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내용은 의학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
Cetta, I., Messina, R., Zanandrea, L., et al. (2022). Comparison of efficacy and safety of erenumab between over and under 65-year-old refractory migraine patients: a pivotal study. Neurological Sciences. https://doi.org/10.1007/s10072-022-06190-w
Krymchantowski, A. V., Silva-Néto, R. P., Jevoux, C., et al. (2022). Indomethacin for refractory COVID or post-COVID headache: a retrospective study. Acta Neurologica Belgica. https://doi.org/10.1007/s13760-021-01790-3
Pierce, E. L., Mandel, A. A., Strelzik, J. A., et al. (2022). Natural History of Abortive Medication Withdrawal in the Management of Pediatric Medication Overuse Headache. Pain Medicine. https://doi.org/10.1093/pm/pnac024